1.
개봉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쌍화점을 이제야 보았드랬습니다. 어젯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를 해주더라고요. 이슈가 되었던 주군과 조군의 베드씬은 이미 지나가고, 중전과 조군의 베드씬부터 보기 시작했네요. 동성 애정씬의 충격은 이미 십여년 전, 해피투게더 개봉당시, 학교 1층에서 영화상영한다기에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들어갔다, 양조위와 장국영의 리얼화끈 씬으로 스타트를 끊었던지라(지금 생각해보니... 심봤다! ㅋ) 썩 아쉽지는 않습니다만, 요새 한국영화들 베드씬 참 화끈합니다. 방자전도 보면서 부끄부끄 했는데, 야야, 쌍화점도 대단하더군요.
피곤해서 그냥잘까 하다가 맙폰으로 영화 검색을 하다보니 '응? ㄳ 장면이 나온다구?!?!' 에 혹해서 끝까지 봤드랬어요(수줍). 중간부터 봤는데도 기대보다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진모의 연기네요. 전 가끔 영화보다보면, 여주인공에 이입하는 게 아니라 남주인공에 이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쫌 그렇습니다만,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제 이입의 대상은 주진모........였네요. 참 쓸쓸하고 덧없고 외로워보입디다.
1부는 거의 놓쳐서 그때 분위기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의상과 세트는 울긋불긋인데,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이미지는 북유럽의 극야 같습니다(이런 분위기 아주 좋아함).
조군의 연기가 호흡이 좀 더 잘 맞았다면, 시너지가 상당했을 것 같은데, 조군, 모험적 선택은 좋았으나 상대배역이 남자라는 사실을 끝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취향의 배우는 아니나,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은 안하는데 주군과의 투샷이 있을 때마다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하더라고요. 이것이 홍림이란 인물을 피상적으로 만들어버렸고,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홍림은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그때의 선택에 개연성을 주지 못하더군요. 특히 마지막 장면, 숨을 거두기 직전, 중전이 살아있음을 알고 주군에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눈빛과 감정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하는데 역부족이었어요.
이입하는 대상은 주진모였으나, 영화를 동적으로 이끌고가는 인물,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홍림이었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영화 내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인물들 사이의 역학이 다이나믹해지는 것은 오로지 홍림이라는 인물 때문인데, 홍림이 납작해지니 영화도 덩달아 납작해졌다는 생각입니다(그럼에도 주진모는 정말 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한마디로 미스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기를 잘한다못한다가 아니라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했다는 느낌이랄까요. 너무 무리했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다른 버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 속에 조연으로 중기군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만약 중기군이 홍림이란 인물을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만드네요. 뿌리깊은 나무나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서 중기군이 사극에도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을 알았으니, 웅, 망상이지만 굉장히 땡기네요.
주진모, 송중기, 송지효.
드라이아이스의 끓는 점처럼 차갑게 승화하면서 부글부글 끓는 그런 서릿발 같은 격정이 제대로 뿜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으, 혼자 망상해놓고 굉장히 보고 싶어요............ㅎㅎㅎ
2.
감기로 이틀 골골 앓으면서 밀린 미드 몇 가지 봤네요. 크리미널 마인드는 리드의 고뇌에 이거 감히 황송하게 공감했다 해야할지 어쩔런지, 그래도 귀엽고 재미난 에피소드였습니다. 천재답게 그의 고뇌는, 세상을 위해 더 위대한 일을 했었어야 하는데 고작 FBI BAU에서 뭐하는가...에 대한 진로고민이었달까요. 28세에 획기적인 발견으로 앞으로 전도유망한 회사의 CEO가 된 젊은 청년을 스쳐가듯 만나고 나서, 세상의 위대한 천재들과 비교해가며 자학하네요;;;; 그렇겠죠. 비교대상의 레벨이 다른 것이겠죠 ㅋㅋㅋ 어쨌든 천재청년도, 왜 나는 아인슈타인이나 레오나르도다빈치가 되지 못하는가로 자학한다니, 고민의 레벨은 다를지언정 종류는 똑같다는 게 재미난 에피소드였달까요;;
레벨과 종류는 다를지라도, 무언가 몰두하고 열심히 해서 성취를 이루어본 사람은, 아무래도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나 목표치가 다른 사람의 시선과는 다를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열심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현재 무엇이 잘 되지 않을때 남탓이나 사회탓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하게 되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스트레스의 근원도 잘 알고 있어요. 스트레스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 하기 싫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해버리면 어느정도 해소되니까요. 일중독자는 이렇게 탄생합니다. 일을 좋아해서 일중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니까요. 문제는, '열심'의 한계나 기준치가 정량적으로 정해져있지 않기에, 어느정도 열심히 한다는 게 열심한 건지 알기가 참 어렵고, 이 정도면 괜찮아...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려 해도, 과연 정말 괜찮은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죠. 너무 목표치를 낮게 잡은 것은 아닌지, 너무 쉽게 안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이런 게 반복되다보면 '적당히'의 감을 잃게 되요. 그리고 사회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는데;;; 최적화되어있고;;; 이렇게 자신을 달달달 볶다가 결국 어떤 한계에 도달하면, 빵 터지는... ㅠㅠ
리드는 결국 그만이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시의적절하게 해결해서 일에 대한 보람과 자기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되찾지만, 이 문제는 또 언젠가 잊을만하면 찾아올 거여요. 그런데 역시 재미난 것은, 리드가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은 '남과의 비교' 탓이었다는 것. 아, 우리는 정말이지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ㅠㅠ
얼마전 봤던 신문기사에서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은 최적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자 정도만 되면 살아남는다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열등한 개체만 진화에서 떠밀리는 것이고 나머지는 살아남는 것. 그런데 요새 사회는 적자생존이론을 최적자생존으로 동일시 한다고요.
아, 중간만 가면 돼~~~라고 잠시 기쁨에 들떴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점점 중간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고...ㅠㅠ
사는게 걍팍해지는 건 현실은 현실인 듯 싶습니다.
웜메, 쓰다보니 미드 감상이 아니라 신세한탄을 ㅋㅋㅋㅋ
3.
새로 시작한 미드 알카트라즈도 재밌다는 소문에 맛뵈기로 2편까지 봤는데........ 우엥, 재미없어. 였습니다 ㅋㅋ
미드 수사물 설정들이 점점 무리수를 두는 게 많아지네요.



덧글
베릴 2012/02/11 14:39 # 답글
우왓, 주진모-송중기-송지효 조합이라니 한번 더 만들어도 흥할 것 같은데요?! +_+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리드여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이제 막 5시즌을 보기 시작했는데, 글에 쓰신 건 몇 시즌 몇 화인가요?ㅎㅎ
이 사회는 '열심히 살지 않으면 뒤쳐져버려!' 라는 마인드가 너무 강해서 가끔은 괴로워요. 굵고 길게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행동력이 약하기 때문에 천천히 길게 가고 싶어서... 다들 굵고 길게 가는 것 같아 그럴 때마다 저를 매우 치게 됩니다ㅠㅠ 하지만 그 덕분에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가고는 있으니 긍정적인 면도 있네요. 일도 비교도,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미사 2012/02/11 15:06 #
그렇죠? 저도 망상하면서, 우아, 보고싶어!!!했습니다. 쌍화점이 아니더라도 저 세 배우가 한 화면에 잡히는 영화 언제 꼭 보고 싶네요. 파워 장난 아닐 것 같아요.크마는 요새 하는 시즌인데, 시즌 7인가요? 몇 화더라, 11화 아니면 12화 그 근처였어요.
에휴, 그러니까요. 소풍 가는 기분으로 살고 싶은데, 전투적으로 살아서 성취하는 사람들 보면 이렇게 나태하게 살아도 되나 싶고, 어렵네요. 저도 그냥 평생 배운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문득 비교를 하게 되면 움찔하게 되긴 해요. 에잇 어차피 인생 80까지 살아보면 다 비등비등하다던데 ㅋ
2012/02/11 15:3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미사 2012/02/11 22:39 #
하하, 어둠의 세계까지. 근데 진짜 민망하셨겠어요;; 저는 극장에서 색.계 보는데 옆에 있던 젊은 커플이 어쩔 줄 몰라하더니 결국 일찍 나가더라고요^^;
맛있는쿠우 2012/02/11 15:58 # 답글
조군도 그렇지만 송양도 크게 연기가 받쳐주지 못 해서;; 런닝맨의 송지효는 참 좋은데 연기자 송지효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합니다...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언니야ㅠㅠ 개인적으론 '우왕ㅋ 이 말 짱 좋네ㅋ 우리 홍림이 줘야지ㅋ' 하고선 밤새도록 비 쫄쫄 맞고 서 있던 주진모가 얼마나 안 되어 보이던지ㅠㅠ
미사 2012/02/11 22:41 #
조군의 거북함이 워낙 도드라지는지라 송군은 상대적으로 갼츈했나봐요.으, 진짜 주군 안습이었어요 ㅠㅜ 마지막에 그 그림이 반으로 갈라지는데 주군 마음을 베어버린 느낌이라, 크윽 ㅠㅜ
watermoon 2012/02/12 00:09 # 답글
저는 보면서 계속 궁금했던건 중전에 대한 홍림의 마음이 과연사랑일까?아님 여자와의 첫경험에서 온 착각일까? 이런 걸 고민했지요
어차피 왕을 모시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걸 다바쳐서 충을 하는것이
인생의 목표이고 홍림은 충을 넘어서 몸과 맘를 다받쳐가며 충신연군지정을 보여줬으니
홍림의 인생의 유일한 사랑은 왕이였고 단지 중전과는 첫경험에서 오는 혼란과 집착이 아니였을까
뭐 혼자 이렇게 생각했는데 확실히 조배우의 절절한 연기가 아쉽기는 했어요
아....홍림에게 중전이 첫여자라는건 저 혼자만의 망상입니다 ㅎㅎㅎ
분명 왕만을 바라보며 여인 근처도 안가봤을것이라는 설정이지요
미사 2012/02/12 17:31 #
홍림에게 중전이 첫여자라는 건 극중에 나오는 것 같던데요.홍림의 심리나 감정의 변화, 캐릭터의 변화가 절제된 대사와 연기를 통해 전달되었어야ㅎ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더라고요
절세마녀 2012/02/12 23:30 # 답글
딴 소리지만 전 송지효의 연기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진짜 장군감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자치곤 낮고 허스키한 보이스로, 남편의_호위무사와_장서각에서.avi를 찍은 다음에'자시에 다시 오겠다'
그러는 부분요. 어후, 거부할 수 없는 권력자의 향기..좋았다니까요.
미사 2012/02/13 00:54 #
목소리 저도 취향이었어요. ㅎㅎ 자시... 그 대사는 하도 엄숙해서 이게 밀회를 하자는 건지, 한판 붙자는 건지, 욳겼어요 ㅋㅋ